배달의민족 스타일 2.0
Baemin  2.0
2026
한명수, 안수형, 최애지, 전수빈, 이정화, 오선정, 조문경, 한상국, 그리고 배민의 모든 디자이너들.
배민 앱아이콘 바뀐 거 눈치채셨나요?😏 2025년에 했던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배민 스타일 2.0’을 만들어간 일이에요. 배민을 대변하는 내용이라기보다 8명 내외의 리브랜딩 TF 일원이기 때문에 생긴 저의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목에 걸던 사원증을 빼서 주머니에 넣어 놓는다. 길 가다 시위 중인 라이더를 만날까 봐, 혹은 밥 먹으러 간 식당에서 사장님이 욕할까 봐. 식당에선 배달의민족 주문 알림음보다 쿠팡이츠 주문 알림음이 더 많이 들리고, 주변 지인들도 “미안한데 배민에서 쿠팡이츠로 갈아탄 지 꽤 됐어.”라고 말한다. 나한테 미안할 필욘 없다!

우아한형제들이라는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품은 회사에 입사한 지 벌써 만 6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 대표님이 세 번 바뀌었고, 서비스가 탄생한 지 15년 만에 브랜드 리뉴얼을 했다. 온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리브랜딩 작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괜히 서운할 것 같아서 자원했다. 쿠팡이츠가 배민 목에 칼을 들이밀고 있는 상황에서 디자인을 바꾸는 게 정말 중요한가? 다른 거 대응하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디자인에 힘을 쓰는 게 맞냐는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렸다. 배고파 죽겠는데 배달이 한 시간 넘게 걸려 짜증이 나는 상황을 해결하는 게 디자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고, 나도 리브랜딩을 시작한 이래로 사실 지금까지도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묻곤 한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부문장님은 단순한 디자인 변화가 아니라 배민의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내면의 변화가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외형이 바뀌면 내면도 따라온다는, 외형이 바뀌지 않았는데 내면이 바뀌었는지 누가 알겠냐는 이야기였다. 이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이해하는 게 참 다르다.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배민 스타일 2.0’이라 부르기로 했다.

나는 리브랜딩 작업을 할 때 기존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헤리티지를 꽤나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작업은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고, 과거와 이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더 이상 과거의 배민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 리브랜딩 성공 기준이었다. 이것 또한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이해하는 것이 참 다른 문제다.


이런 고민들에 비해 프로젝트는 정말정말 빠르게 진행되었다. 2월 말에 킥오프 미팅을 시작해서 1차 디자인 가이드는 4월 말에 나왔다. 기획부터 디자인 확정, 과도기 버전 가이드 제작까지 두 달 정도가 소요됐고, 새로운 폰트와 일러스트, 카테고리 아이콘 등이 앱에 적용되어 배포된 날이 7월 중순이었다. 이렇게나 규모가 큰 서비스를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리뉴얼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힘에 부치니 매일 화가 나고 짜증이 났었다. 대학원 입학도 화를 더하는 데 한몫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하나하나 협의해가며 차근차근 진행했다면 1년 넘도록 끝나지 않았을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변화엔 속도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1차 가이드 작업 이후엔 각자 역할을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주로 앱 아이콘, 서비스 브랜드 로고, 카테고리 아이콘 작업을 맡았다. 특히 카테고리 아이콘은 기존 뱃지 스타일에서 3D 아이콘으로 스타일이 바뀌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 AI가 아주 큰 몫을 했다. AI가 없었더라면… 어째서 이렇게 디자인이 나왔는지에 대한 이유는 ‘월간디자인 12월호’를 찾아보길 바란다. 기업가치혁신상을 받게 되어 월간디자인 12월호의 표지를 장식하게 되었고, 나는 월간디자인의 표지를 디자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상공에서 도로를 내려다본 듯한 배민의 ‘배’를 강조한 앱 아이콘 위로 오토바이를 탄 라이더를 살포시 올려보았다.

주위에 정말 실력 있고 좋은 동료들이 많다.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료들 때문이다. 특히 같은 TF 멤버였던 애지 @edge_off 님과 수빈 @_yo_su_ 님께 감사를 표한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중간에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면 작업의 결과보다 과정의 아련함이 남는다.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애지님, 수빈님 덕에 아련하게 기억될 거라 믿는다. 정말 많은 사람이 참여했고 고생했고 고생중이다. 이토록 좋은 동료가 많은 회사이기 때문에, 동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언젠가 다시 예전처럼 사랑받는 배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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