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토스
Muutos
2023
정지원, 한상국
지원이는 두 학번 차이 나는 후배이자 졸전을 함께 치른 졸업 동기이다. 졸전 준비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울어서 달랜다고 치킨을 사준 적도 있다. 지원이는 졸업 후에 사촌 언니인 다운이 누나와 함께 ‘무토스’라는 유아 미술 교육 브랜드를 만들었다. 내가 닭집을 그만둔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크지 않은 자영업에 불과했지만 이것도 사업이라고 어찌나 힘들던지 너무 버거워 포기했다. 그런데 무토스를 이끌어가는 지원이는 이 어려운 일을 꽤 오랜 세월 해내고 있고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 가고 있다. 스스로 그 색이 어떤 색인지 모를 만큼. 그래서 나에게 디자인을 의뢰했나보다.

기존 무토스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물감, 도형 등 여느 다른 유아 미술 브랜드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실제로 무토스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게 무토스 만의 것이야! 라고 우길만한 것은 없기에 로고타입만으로도 달라 보일 수 있는 강력한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필요했다.
무토스(muutos)는 핀란드어로 ‘새로운 관점’을 의미한다. 상징을 만들기 위한 메타포가 필요했고 이미 무토스(muutos)라는 이름에 아주 좋은 메타포가 담겨 있었다. Muutos의 M 형태에 ‘새로운 관점’을 뜻하는 ‘눈’을 절묘하게 결합해 모노그램으로 만들었다. 사실 새로운 관점을 표현하고자 시도한 많은 후보시안이 있었으나 ‘눈’만큼 직관적이고 강렬한 게 없었다. 장난기 가득하고 호기심 많으며 엉뚱한 발상이 마구마구 쏟아질 것처럼 생겼다. 무엇보다 그냥 귀여워!(귀여운 게 제일 쎄!) ‘꼬마 예술가가 바라본 새로운 세상, 무토스’. 나는 이제 너무 커버려 볼 수 없는 세상이기에 아이들이 무토스에서만큼은 요기조기 마음껏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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